[매경프리미엄] 미국 마약성진통제(opioid) 중독 사태의 주범은 비트코인?

  •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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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19]
- 익명성 남용해 '펜타닐' 등 마취보조제 대량 거래
- 값싼 가격, 마약성진통제 구입량 제한 없다며 유인
- 트럼프, '오피오이드와의 전쟁' 선포...근절 가능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오피오이드 불법 거래상들에 대한 사형 추진 방침까지 천명하며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는데, 실제 미국에서는 2016년에만 거의 2만여 명이 오피오이드 오남용으로 목숨을 잃을 정도로 이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오피오이드 불법 거래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름 아닌 비트코인 시장이다.

비트코인의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불법 거래의 플랫폼으로 활용되기가 매우 쉽다. 최근에는 사용자의 신분을 공개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비트코인 거래는 익명으로 진행돼왔다. 오피오이드 불법 거래상들은 이런 비트코인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오피오이드 불법 거래상들은 싼값을 제시하며 사람들을 유인한다.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종류) 판매자에게 문의를 하면 "우리는 이제 비트코인으로만 거래를 합니다. 당신은 모든 제품을 10% 할인된 가격에 누리실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이메일이 온다. 이들은 "비트코인 거래의 좋은 점은 구입량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라는 말까지 더하며 오피오이드 구매를 부추긴다.

미국 정부가 국내 오피오이드 생산량을 제한하는 동안 이들은 중국 등 해외에서 오피오이드를 대량 구매해 이 비트코인 시장을 통해 유포한다. 펜타닐의 경우 운반이 쉬운 편이라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관세청이 2016년 공항에서 적발한 펜타닐 운반 시도는 7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6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불과 몇 달 사이에 146건이 적발됐다.

이렇게 운반된 오피오이드는 클릭 한 번에 비트코인 결제를 통해 구매자들의 집까지 우편으로 발송된다. 은밀한 곳에서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편하게 앉아 물건을 받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우편부들은 졸지에 불법 마약의 운반자가 되는 셈이다.

2016년 체포된 28세 청년 애론 샤모는 비트코인을 통한 오피오이드 불법 거래로 1000만 달러(약 107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실제로 그가 이 정도 규모의 돈을 수중에 쥐지는 못했지만 수치상으로 보면 그러하다. 그가 체포된 이후 1년 새 보유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25배 뛰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를 체포했던 유타주 검찰청은 공소장에서 "가상화폐의 변동성을 감안해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지자 미국 의회와 정부 내에서도 '오피오이드를 막으려면 가상화폐 시장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척 그레슬리 상원의원(아이오와·공화)와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캘리포니아·민주)은 가상화폐가 자금세탁과 관련한 규제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도 법안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이 법안에 대해 "온라인상 불법 마약거래범들을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유통되는 플랫폼까지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뉴욕주 검찰도 17일(현지시간) 가상화폐 거래의 투명성 보장을 명목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거래소 13곳에 대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 소식에 코인데스크 비트코인 가격은 20분 만에 150달러(약 17만원) 이상 폭락했다.

 


입력 : 2018.04.23  [김하경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