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脫중앙화된 금융수요 커져…가상화폐 가치 인정받을 것"

  •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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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서울머니쇼 ◆



"정부가 달러 등의 법정통화를 무분별하게 계속해서 발행한다면 현재의 통화체제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가상화폐가 이를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2021 서울머니쇼'에서 둘째 날(13일) 연사로 나서는 데이비드 리 싱가포르사회과학대 교수의 얘기다. 그는 가상화폐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결국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가상자산의 가치가 인정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영국 런던대에서 수리경제·계측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에서 정치경제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국 왕실통계협회 공인통계학자이자 싱가포르 블록체인협회 공동설립자, 핀테크·디지털 통화에 대한 국제기구의 컨설턴트이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리 교수는 올해 머니쇼에서 '블록체인! 돈의 판도가 바뀐다! 미래의 부, 가상화폐를 준비하라'란 주제로 치아 혹 라이 싱가포르핀테크협회장,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와 함께 강연에 나선다.

리 교수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여러 가상화폐의 급등락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돼가는 과정에서 오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가상화폐 투기는 언제나 존재하겠지만 네트워크 효과나 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이렇게 높은 가격이 형성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물결이 일 때마다 기술의 발전과 달라진 비즈니스 모델, 자금조달 방법, 사회 내로 편입, 추가적인 기관 승인, 새로운 가치 측정 방법 등으로 인해 과거와 다른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로 인해 기존 중앙은행 중심의 법정통화 제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 교수는 "가상화폐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화폐"라며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와 어떤 사회로부터 수요가 발생하느냐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큰을 주고받는 '탈중앙화된 물물교환' 같은 분산형 금융은 (중앙은행 중심의) 법정통화 정책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는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 각국이 도입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CBDC는) 빠르고 효율적인 솔루션으로 중앙은행과 직접 연결된 중개인을 우회할 수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가맹점 등의 거래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려되는 점으로 그는 "현재 은행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예금이나 대출이 줄어 은행이 지속가능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CBDC 모델이 많은 사용자에게 공개되거나 유출된다면 개인 정보 보호와 사이버 보안 위험도 제기될 수 있다.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CBDC에 대해 그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리 교수는 "디지털 통화에 대한 주권·통제를 유지하고 개인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면서 "중국 내 지급 효율과 유동성이 개선될 수 있으며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등과 같은 결제서비스와 상호운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캄보디아가 발행한 CBDC '바콩'에 대해 그는 "달러 일일사용 의존도가 높은 캄보디아 경제에서 탈달러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거래 상대방과 관련된 위험을 감소·완화함으로써 새로운 핀테크 사업자의 결제시스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계약 조건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게 하는 프로그램인 '스마트 콘트랙트' 기술도 언급했다. 그는 장점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단점으로 그는 "복잡한 계약에는 실행 단계와 무관한 많은 페이지의 계약 조건이 요구될 수 있으며 코딩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며 "복잡한 스마트 계약은 적용하기 어렵고 블록체인에 대한 계약법의 다양한 해석은 시행 가능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 교수와 함께 연사로 나서는 치아 혹 라이 싱가포르핀테크협회장은 싱가포르 가상화폐 산업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234개의 블록체인 기업이 있으며 2018년 기준 가상화폐 공개(ICO) 2위 국가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제공하는 거래소는 결제 서비스법에 따라 디지털 결제 토큰 서비스 제공업체로 규제된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달러(SGD) 기준 세 가지 주요 가상화폐(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의 일일 거래량은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의 하루 평균 거래량 중 2%에 달한다"며 "금융사를 통해 거래되는 가상자산 파생상품도 SGX 파생상품 거래 활동의 1% 미만에 달했다"고 말했다. 

 

치아 혹 라이 회장은 블록체인이 인터넷 다음의 혁신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는 "국제금융센터이자 선도적인 핀테크 허브로서 활기찬 디지털 자산 산업이 싱가포르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이 디지털 자산 산업 발전의 주요 위험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숙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간의 파트너십이 디지털 자산 산업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발전 목표를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혁준 교수는 이날 세션에서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개괄과 함께 CBDC에 대한 국내외 진척상황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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