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고령 1주택자는 稅부담에 매도 선택할 가능성 신규입주 부족에 전월세 상승 자금 여력 되는 실수요자라면 역세권·재개발지역 노려볼만
올해 초부터 정부가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가며 쌓였던 매물이 하나둘 소화되고 있다. 지난 1월 1일 5만7001건이었던 서울 매매 물건 수는 지난 3월 21일(8만80건) 정점을 찍은 후 7만건대 중후반에서 횡보하고 있다.
서울은 강남권과 외곽지역이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강남권에선 급매물이 속출해 기존 신고가보다 수억 원 싼 가격으로 거래가 체결된 사례가 많았다. 반면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한도에 여유가 있는 서울 외곽지역에선 오히려 기존보다 상승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남권과 서울 외곽지역으로 시장이 나뉘었지만, 양쪽 시장 참여자의 시선 모두 5월 9일 이후에 쏠려 있다.
시장 상황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신규 물량 공급이 부족하지만, 정부가 시장에 매물을 끌어내기 위한 대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규 대출에 이어 기존 대출까지 제한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기도 하다. 처음 접하는 규제 환경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6 서울머니쇼에는 국내 대표 부동산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안갯속 시장을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시기를 고민하는 사람,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 등 다양한 수요를 감안해 최적의 전략을 내놓기 위해 고심했다.
매일경제신문은 '일타 PB와 부동산 뜯어보기-정책과 경기 전망, 내 집 마련 전략' 세션에 나오는 전문가 3명(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과 개인 세션을 진행하는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인터뷰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5월 9일 이후 시장에 매매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5월 10일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는데, 보유세 인상 수준이 확정되지 않아 우선 매물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권 팀장은 "다주택자 대출 연장 제한과 등록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보유세 인상 예고 등으로 추가 매물 출회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그 강도가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현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 연구원도 "실거주 의무 완화로 일부 매매 물건이 나올 수는 있지만, 시장 전체를 주도했던 다주택자의 매도 행렬이 멈추면서 전반적인 물량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향후 부동산 경기 흐름에 따라 일부 임대사업자 말소 물량과 고령 1주택자의 매물이 추가적으로 출회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매매 물량과 함께 전월세 매물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아기곰은 "5월 9일 이후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 어려워지면 전월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던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전월세 물량이 늘어나기보다는 감소폭이 줄어들어서 보합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물 감소와 더불어 보유세 인상이 시작되면 전월세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 겸임교수는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구 수 분화에 따라 전월세의 경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시장"이라며 "향후 보유세 증가로 인해 일부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보증금과 월세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있어 전월세 가격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지방에 살며 서울에 전세를 놨던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라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고, 보유세 인상으로 인한 세금 부담분을 전월세 가격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매매 시장에선 강남권과 서울 외곽지역이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권 팀장은 "규제가 강화됐다고 매수 수요가 사라지는 건 아니고, 오히려 임대차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실수요가 매매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 기반이 탄탄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연말까지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확률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이미 가격이 빠르게 오른 데다 규제 강도도 다른 지역보다 높아 단기적으로 조정이나 횡보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서울 외곽지역과 일부 수도권에서 키 맞추기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남 연구원도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지역은 가격 상승도 하락도 없는 보합 장세가 유지될 전망"이라며 "다만 15억원 이하, 특히 10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경우 전월세 매물이 부족한 곳을 중심으로 키 맞추기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당장 자금 여력이 된다면 실거주를 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 관망보다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 겸임교수는 "입주 물량 부족 현상은 2030년까지 해소될 여지가 크지 않아 전월세에 머무른다면 임차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본인의 자금과 대출 상환 여력을 고려해 미래 가치가 뛰어난 곳 위주로 매수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갈아타기의 경우 대출한도 축소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래 가치가 뛰어난 역세권 재개발 추진 지역 등을 검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문위원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 리스크에 대비해 최소 5~7년 이상 실거주가 가능한 곳을 선택해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서울 핵심 지역에 아파트를 살 여력이 부족하다면 보수적 자금 설계를 통해 서울 외곽지역이나 경기권 핵심 지역의 중저가 단지를 검토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