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광우·손현덕의 통쾌한 경제-4] 지난번에 대우조선 문제를 언급하면서 수술에 비유했습니다. 부양책은 영양주사를 맞는 것이고(영양제를 복용하거나) 구조개혁은 수술 집도를 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인체에 발생하는 병에는 급성도 있고 만성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르지요. 대우조선은 암입니다. 그것도 말기에 가까운 암입니다. 의사들이 수술을 하면 살릴 수 있는지, 아니면 가능성이 없는지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이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되는 가계부채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아마 경제 전문가들에 물으면 열 명이면 열 명 다 시급한 문제는 대우조선이고 중요한 문제는 가계부채라고 할 것입니다. 가계부채는 병으로 치면 만성적인 당뇨병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은 일종의 대사질환이지요. 당뇨병은 당장 죽을병은 아닙니다. 그러나 몸에 여러 증상과 징후를 일으켜 합병증을 유발합니다. 망막에 이상이 생겨 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장 기능에 장애가 생겨 나중에 투석이 필요할 수도 있지요 신경계통에도 영향을 줘 손발이 저리고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며 나중에 동맥경화 같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344조원입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오면 실감이 잘 안 나지요. 1인당으로 환산하면 2613만원입니다. 4인 가족으로 치면 1억원이 넘습니다. 이제 좀 감이 잡히나요. 많이 늘어났습니다.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4년여 사이에 380조원이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명박정부 5년간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액(298조원)을 훨씬 웃돌지요.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만 빚이 많아지면 소비가 어려워지지요. 최근 내수 침체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무엇보다도 가계부채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가 되지 않으면 기업 투자가 줄고, 그러면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되고, 그러면 가계소득은 줄어들어 소비는 더 위축되고. 뭐 이런 악순환이 일어나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입니다. 과거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김밥집, 우동집을 차렸지요. 그리고 '치킨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동네방네 치킨집이 많습니다. 통계청 자료입니다만 자영업자 수는 552만명이나 됩니다. 이 중에 1인 자영업 비중이 70% 가까이 됩니다. 이들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가계부채의 주범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소득 중 40%가 넘는 금액을 이자를 갚는 데 씁니다. 정상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이런 가구를 한계가구라고 합니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면 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거지요.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변동금리가 많습니다. 한국은행 추산으론 약 80%가 변동금리입니다. 그래서 위험합니다.
지난주 미국이 금리를 올렸지요. 우리나라엔 아직 별 영향은 없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도 올리란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3%까지 올린다고 했지요. 우리나라 금리는 현재 1.25%입니다. 이건 기준금리라는 거고 실제 금융사에서 대출받을 때는 이보단 높지요. 어쨌든 기준이 되는 금리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두 차례 더 올리면 우리보다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집니다. 한국에서 돈을 빼가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걸 막으려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원치 않더라도 올려야 합니다. 그럴 경우 가계부채는 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당뇨병에 가장 나쁜 건 당분입니다. 초코릿, 케이크, 아이스크림 같은 단 음식이지요. 가계부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중의 입맛에 부합하는 정책, 포퓰리즘 정책이죠. 이런 게 위험합니다. 한 방에 빚을 해결해주겠다는 등의 호언장담이 대선 정국에서 나오지요. 이런 정책을 쓰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가계부채는 때를 놓쳤습니다. 진작 했어야지요. 이미 혈당 수치가 많이 올라간 상태입니다. 합병증도 발생했습니다. 이제 약을 써야 할 단계에 왔습니다. 안 그러면 곧 심각한 경고등이 켜집니다.
출처 : 2017.03.24 [손현덕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