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Debt와 Liability의 차이? 돈쓰는 부채와 돈버는 부채

  •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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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48]

  유튜브에서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오는데 통장에 돈이 모이지 않아요'라는 고민으로 상담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보았다. 솔루션은 개인의 재무제표를 만들어보고 기업처럼 개인의 지출도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동영상을 본 후 혹시 누가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큰 그림으로는 같은 내용이지만 좀 더 세부적인 각론으로 하나 덧붙일까 한다. 개인의 재무제표 중 부채에 관련된 내용이다.

"부자는 돈을 벌기 위해 빚을 내고 가난한 자는 돈을 쓰기 위해 빚을 낸다"라는 말이 있다. 부자는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고 가난한 사람은 소비를 위해 돈을 빌린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먼저 투자와 소비(비용)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회계에서는 비용의 지출을 통해 미래에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으면 투자로 구분하고, 그것이 불확실하다면 비용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비용과 투자의 구분은 전문가인 회계사들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암사동 이씨는 지인들과 양주를 한잔하고 호탕하게 계산하였다. 그렇다면 이 술값은 비용일까 투자일까? 물론 대부분이 술값을 비용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암사동 이씨의 생각은 다르다. 이 술자리의 호탕함에 반한 사람이 큰 프로젝트를 제안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사동 이씨는 술값이 인맥관리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모호함 때문에 이씨의 월급통장에 잔액이 남지 않게 된다. 돈을 쓸 때 자신의 지출이 비용인지 투자인지 구분해 봐야 한다. 암사동 이씨처럼 비용을 투자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투자가 아닌 비용은 카드 빚으로만 남게 된다. 투자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따질 수 있어야 하고 비용을 초과하는 수익이 있어야 한다.

또한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한 자산을 구입한 것을 투자라고 생각하는 경우이다. 택시회사에서 자동차를 사는 것은 자동차를 운행해서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구입한 자동차를 투자로 봐야 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는 할부금융, 즉 빚으로 산다. 그리고 이것을 다 갚으면 빚을 다 갚은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부채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부채는 주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대금 등을 말한다. 빚이라는 말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은행빚과 카드빚 등, 이것을 영어로 표현다면 'Debt'이다. 하지만 회계에서의 부채의 개념은 일상에서 말하는 부채의 의미보다 훨씬 넓다. 회계에서는 미래에 갚아야 할 현금이나 기타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자원을 사용하여 이행되어야 할 의무를 모두 부채로 부른다. 영어로 표현하면 'Liability'이다.

10년 뒤 자동차를 팔고 걸어 다니지 않을 것이라면 새로 자동차를 구매해야 한다. 따라서 자동차의 감가상각비 또한 빚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기존 자동차의 매년 감가상각비는 10년 후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따라서 매년의 감가상각비를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자동차를 구입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감가상각비만큼 매년 현금으로 저축해야 한다. 그래야 돈을 쓰기 위해 빚을 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부채도 능력이다'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부자가 낸다는 투자를 위한 빚은 원금과 이자를 다 갚고도 더 많은 현금을 만들어 내는 부채이다. 그러나 개인이 내는 부채는 자동차나 의류, 가방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소비를 위한 빚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개인의 부채 중 돈을 벌기 위해 빚을 내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돈을 쓰기 위해 내는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빚은 빚을 부르고, 그 빚을 끊기는 어렵다. 담배를 끊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다. 담배는 줄인다고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번에 끊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소비를 위한 빚의 욕망도 한번에 끊어버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 '이것이 실전회계다'라는 책을 한 권 출간했다. 책을 출간하니 사인을 부탁하는 지인들이 많아졌다. 볼펜보다 만년필이 글씨가 훨씬 예쁘게 써진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 가지고 있는 만년필의 잉크가 다 떨어졌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에서 김정운 교수의 만년필 예찬론이 문득 생각났다. M사의 명품 만년필로 사인을 한다면 한층 나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M사의 만년필은 비쌌다. 머뭇거려졌다. 이것을 사기 위해서는 일종의 자기합리화가 필요했다.

'M사 만년필의 품질과 품격이라면 비싸지 않지. 다만 가격이 조금 높을 뿐이야. 한 달에 15만원씩 6개월이면 나도 멋진 품격의 소유자가 될 수 있어.' 조금 흔들렸다.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조금 진정시킨 후, 안 쓰는 통장에 보내는 사람을 '만년필'로 적어서 15만원을 입금했다. 6개월 뒤 M사의 만년필을 현금으로 멋지게 결제할 것을 생각하며.

 


출처 : 2017.02.21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