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한국콤플렉스 극복할까?

  •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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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

 

[글로벌 CEO열전-7] 요즘 세계 반도체업계 관심은 일본 도시바에 쏠려 있다. 도시바는 원자력사업 실패로 백색가전에 이어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와 대만 훙하이(폭스콘), 미국 브로드컴 등 많은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당초 매각 금액이 2조엔대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대만 기업인 폭스콘이 예비입찰에 무려 3조엔을 써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몸값이 껑충 뛰었다. 최종 금액이 얼마로 결정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한화로 30조원에 달하는 돈을 베팅하며 판을 키운 폭스콘 최고경영자 궈타이밍 회장이 새삼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지난해 이미 대형 인수·합병(M&A) 경쟁에서 승리해 이름을 떨친 바 있다. 당시 그는 샤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발한 협상력으로 꿩 먹고 알 먹는 실리를 챙겼다. 일본 정부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샤프를 외국 기업에 넘기는 것을 꺼렸다. 민관펀드인 산업협력기구를 동원해 구조조정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궈 회장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바람에 방향이 바뀌었다. 인수액을 6000억엔 가까이 올린 것이다. 협상은 급진전됐고 지난해 3월 최종 계약 합의를 이끌었다. "정부가 관리하면 정상화가 힘들다. 민간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 이런 논리를 펼쳤는데 먹힌 것이다.

하지만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변수가 생겼다. 샤프 장부를 살피던 중 3500억엔의 우발채무가 발견됐다. 협상의 명수였던 궈 회장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즉각 계약을 보류했고 샤프 측은 해명에 나섰다.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궈 회장은 인수액을 1000억엔 이상 낮췄다. 샤프 측은 우발채무가 일시적 문제라고 주장했으나 궈 회장은 2년 연속 2000억엔대 영업손실과 악성 재고를 거론하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이 사건으로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경쟁자들보다 1조엔이나 많은 3조엔을 제시했다가 계약 체결이 임박했을 때 꼬투리를 잡아 결국 인수금액을 2조엔대로 깎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는데 두고 볼 일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에 도시바 반도체 인수에 성공하면 궈 회장은 당초 품었던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삼성 타도'를 외쳤던 사람이다. 그는 삼성에 대해 극심한 콤플렉스를 보였다. 삼성이 싫어 한국까지 혐오할 정도였다.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겉으로는 호기를 부렸지만 그가 일군 폭스콘의 역사를 보면 삼성에 대한 열등감의 발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만의 삼성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지만 격차를 좁히지 못하자 삼성을 미워하게 된 것이다.

궈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가다. 그는 20대 중반인 1974년 창업했다. TV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을 만드는 하도급업체였는데 직원은 10명에 불과했다. 회사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계기는 수출이었다. 1990년대 들어 그는 미국 등 해외 기업 납품을 시작했다. 품목도 게임기 커넥터 등 다양한 부품으로 확대했다. 뛰어난 영업력 덕에 해마다 매출이 급증했다. 물량을 충당하기 위해 중국 선전에 대규모 공장도 세웠고 애플과 휴렛패커드 같은 글로벌 기업 물량을 따냈다. 특히 애플을 거래업체로 잡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 애플 아이폰이 전 세계를 휩쓸며 폭스콘 생산량은 큰 폭으로 늘었다. 여기에 아마존 전자책 킨들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전기차용 터치스크린과 서버 등 품목을 다양화하며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전 세계 가전의 40%를 폭스콘이 생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은 전 세계에 120만명이 넘는 직원과 주요 대륙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궈 회장은 허전함을 느꼈다. 가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시장에서는 세계를 석권했지만 영업이익률이 높은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야말로 너무 부러운 회사였다. 정보기술(IT)기기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부터 부품, 가전과 스마트폰 등 완제품까지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은 폭스콘 계열사를 고발해 유럽에서 거액의 과징금을 내게 만드는가 하면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폭스콘 같은 대만 기업들을 괴롭혔다. 삼성은 폭스콘 최고 거래업체인 애플의 적이기도 했다. 삼성을 무찌르자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콤플렉스도 갖게 된 배경이다. 그는 샤프를 인수하면서 OEM업체의 한계를 넘어섰고 도시바를 인수하면 삼성에 좀 더 근접해진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한국 기업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SK하이닉스다. 최태원 SK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물러설 뜻이 없어 궈 회장과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브로드컴과 웨스턴디지털, 실버 레이크 파트너스 등 막강한 미국 업체들도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터라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도 한국이나 대만보다는 미국 업체가 인수하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현재 궈 회장은 SK C&C 지분을 보유하는 등 최 회장과 좋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놓고 두 사람은 주적이 될 수도 있다. 인수전의 최후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궈 회장의 심정은 달라질 게 틀림없다. 승리하면 '타도 한국'을 이뤘다며 쾌감을 느끼겠지만 SK에 지면 한 번 더 한국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낄 것이다.


출처 : 2017. 04. 17 [장박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