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PC 구경도 못한 인도의 가난한 소년, 구글 수장이 되다

  •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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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사진=AP연합
▲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사진=AP연합



[글로벌 CEO열전-52] 올해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인공지능(AI)은 많은 참석자들의 관심사였다. 포럼 주제가 '분열된 세계에서 공동의 미래 창조'였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공지능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강연자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람이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였다. 다보스포럼 사전 행사로 진행됐던 연설에서 그는 인간과 인공지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인류가 얻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발견 중에서도 특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는 물론 불을 발견한 사건을 뛰어넘는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지요. 인공지능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불길한 예상을 하지만 저는 긍정적인 쪽으로 전개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만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인류에게 줄 수 있는 혜택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차이가 인공지능에 대해 낙관론을 펼친 것은 다보스포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젠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인공지능은 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와 민주화를 촉진하며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입니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개방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전 세계 기업과 개발자들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이 기계를 배우는 게 아니라 기계가 사람에 적응하는 시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19일 뉴욕타임스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고경영자들이 인공지능 개발팀을 가까운 곳에 두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인공지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피차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글의 인공지능팀인 구글브레인 관계자가 귀띔한 말을 보면 피차이의 인공지능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몇 걸음만 가면 피차이를 만날 수 있지요. 구글브레인 팀이 피차이 최고경영자 바로 옆으로 갔다는 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봐야 합니다."

2015년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회장이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설립하며 40대 초반의 피차이에게 구글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긴 것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피차이는 창업 동지도 아니었고 구글이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기에는 나이도 어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차이는 인도 출신이었다. 공학 전공자로 소심한 성격에 경영학을 배워본 적이 없었던 피차이가 과연 세계 최대 포털 기업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물론 구글이 가진 자원이 독보적인 것이라 누가 경영을 하든 실패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최고경영자 피차이가 보여준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만큼 뛰어났다. 구글은 몸집이 공룡이 됐지만 여전히 혁신 기업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구글 본색을 유지하는 배경엔 조용하면서 조직 곳곳에 스며든 피차이의 손길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언제나 혁신가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웹 브라우저인 크롬의 개발 주역이다. 지금은 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처음에는 성공을 장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브라우저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익스플로러가 절대적 강자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차이는 경영진에게 독자 브라우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구글의 혁신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그의 제안은 묵살됐을 확률이 높다.

새로운 시도를 높이 평가하는 구글 문화 덕에 크롬은 2008년 9월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뒤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브라우저 시장 1위로 올라서는 기적을 일으켰다. 피차이는 익스플로서의 약점을 파고들어 크롬의 장점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했다. 익스플로러의 복잡함과 번거로움을 꼼꼼하게 분석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능 추가와 업데이트에서 크롬은 익스플로러를 압도했고 웹 브라우저 시장에도 혁신의 바람을 불게 만들었다.

피차이는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경영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인도공과대에 입학하기 전까지 컴퓨터를 접하지 못했다. 인도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소년에게 컴퓨터 같은 첨단 기기는 언감생심이었다. 피차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남들보다 뛰어난 머리였다. 인도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 유학길을 택한 것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전기와 재료공학 석사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컨설턴트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2004년 구글에 합류했다. 여기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우며 최고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모든 것을 다시 짜라." 지난해 5월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피차이는 이렇게 주문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을 꿈꾸는 그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2018. 03. 19 [장박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