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구글의 역인종차별? 소송전 휩싸인 실리콘밸리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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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유튜브 사무실 /사진=매경DB
▲ 실리콘밸리 유튜브 사무실 /사진=매경DB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09] 전 세계 테크산업의 최고 중심지 실리콘밸리가 요새 때아닌 소송전으로 난리다. 최첨단 기술의 특허분쟁이 아니다. 바로 다양성(diversity) 때문이다.

지난 1월 구글에서 9년간 인력채용을 담당하다 해고된 백인 남성 직원 아른 윌버그는 구글에 대해 대대적인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사내 인종별·성별 다양성을 달성하기 위해 신입 기술직 직원 채용 과정에서 일부러 백인 남성과 아시아계 남성 후보자를 배제했으며, 이 같은 채용 관행에 불만을 제기한 대가로 회사가 자신을 해고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구글의 자회사인 인터넷 동영상업체 유튜브에서 4년간 일했던 윌버그는 지난해 자신을 비롯한 유튜브 채용담당자들이 사측으로부터 여성·흑인·히스패닉이 아닌 취업 후보자의 면접 일정을 취소하라고 교육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윌버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같은 조건에 걸맞지 않은 후보자들에 대한 '완전한 숙청'이었다.

이에 구글 측은 즉각 "구글은 지원자의 성별·인종별 정체성이 아닌 능력에 기반해 채용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동시에 "구글은 자격을 갖춘 다양한 인적 자원 풀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인재를 찾아 더 나은 제품과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이라며 '다양성'을 중시하는 채용 경향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캘리포니아 샌메테오 상급법원에 제기된 윌버그 대 구글의 소송은 현재 전국적 관심의 주인공이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등장한 '선의'의 다양성 정책과 그로 인해 또 다른 명시적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개인이 한판 붙은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 자체도 복잡할 전망이다. 현행법상 미국 기업들은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한 채용 정책들을 추구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연방 반차별법은 순전히 성별이나 인종에 기반한 채용 쿼터를 두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맏형 격인 구글이 채용 다양성 관련 소송에 직면한 것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논란을 자아낸 '구글 메모 사건'이 대표적이다 구글 전 직원 제임스 데이모어는 지난해 자신이 남성이자 백인이라는 이유로 구글에서 차별을 받았다며 샌타클래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데이모어는 "여성 엔지니어의 연봉이 적은 것은 생물학적 차이에 따른 것"이며 "보수적 성향을 지니면 구글에서 차별받는다"는 내용의 메모를 사내에서 올렸다가 해고당했다. 구글은 지난 1월에도 사측이 여성 직원을 남성에 비해 차별했다는 내용의 소송에 직면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현상이 성별·인종별 다양성을 중시하는 실리콘밸리의 정치적 이념 성향이 실제 기업 운영 과정에서 충돌을 빚은 사례라고 분석했다. 지난 수십 년간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짙었던 캘리포니아주 중에서도 가장 진보색이 강한 샌프란시스코 인근 실리콘밸리에 기반한 거대 IT기업들은 그간 꾸준히 자신의 진보색을 스스럼없이 표현해왔다. 강경 보수파의 대명사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IT 제왕들은 그 자체로 오늘날 미국 사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맹비난을 펼친 것이 그 방증이다. 다만 이 같은 정치 이념에 기반한 정책이 소속 개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채용 문제와 얽히고설키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다양성 중시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리 '다양하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2014년 미국 평등고용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의 직원 중 68.5%가 백인으로, 미국 전체 민간기업(63.5%)보다도 그 비율이 높았다. 또 구글·MS·페이스북·인텔 등 대표적 실리콘밸리 기업들 각각 모든 직원의 80~90%가 백인 남성 혹은 아시안 남성이었으며, 사내 여성 비율로 따지면 구글은 31%, MS는 26%, 페이스북 35%, 인텔은 26% 정도에 불과했다.

출처 : 2018. 03. 20 [오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