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10]
- 브렉시트 반대하다 "WTO 규정이 유리" 찬성으로 돌아서
- 생산량 90% 수출...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이득도 늘어
- 유통구조 변화 대응 위한 조기 협상 요청할 뿐 독촉하지 않아
- 신흥국 중심 신시장 확대 등 변화 대응 능력 돋보여

영국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상품은 스카치 위스키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위스키에만 스카치의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놓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가지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스카치 위스키 사업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의 향방이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스카치 위스키 제조업계는 가장 앞장서 EU 잔류를 주장하면서 브렉시트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확정된 이후에는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떠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 지지 집단으로 180도 변모해 관심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은 스카치 위스키 업계가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이유로 세계 무역기구(WTO) 규정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카치 위스키 수출은 지난해 43억6000만파운드(약 6조5400억원)로 영국 전체 식음료 수출액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업계 종사자도 4만명에 육박한다. 공급망의 대부분이 영국 내에서 이뤄지나 생산량 중 90%가 수출되는 독특한 구조도 인상적이다.
스카치 위스키 업계는 브렉시트로 큰 이익을 봤다.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이익이 급증한 것. 이 같은 효과를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스카치 위스키 업계는 운송과 유통 문제의 조기 해결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국이 세계 최대 무역권 중 하나인 EU를 벗어나더라도 EU 규제에 발언권을 가지면서 EU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무역 협정을 체결할 권리를 얻을 수 있다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남는 '소프트 브렉시트'도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을 경우 하드 브렉시트로 전환해 WTO 규정을 따르는 것이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 WTO 규정에 따라 스코틀랜드에서 EU로 수출할 경우 관세가 0%이기 때문이다.
캐런 베츠 스카치위스키협회 회장은 "단일시장에 남아 EU 규제에 따르더라도 국가의 발언권이 없다면 위험이 크다"면서 "교섭 과정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응을 위한 정책결정자들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수백 년에 걸쳐 쌓아온 수출 노하우로 유통 문제와 비용은 해결할 수 있지만 모든 변화에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로이터는 "위스키 업체들이 비교적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맛이 좋아지는 제품을 오랫동안 만들어온 경험 탓일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스카치 위스키 업계가 브렉시트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조만간 새로운 통상용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EU 이외 지역과 무역하는 업계를 대상으로 효율적이고 신속한 무역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에 도입이 결정된 탓에 EU 지역은 제외됐다.
만약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이탈하는 것이 확정될 경우 이 시스템을 EU 지역에도 적용해야 한다. 그럴 경우 연간 처리 건수는 5500만건에서 2억5500만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난다. 현재 상태로는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다른 수출업자들도 이 시스템을 공유할 예정으로 스카치 위스키 업계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위스키 주요 소비 국가가 EU 이외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 잠재적인 성장 기회로 보고 있는 지역은 대부분이 남미, 아시아 등에 집중돼있다. 이들은 영국 정부가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둘러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카치 위스키 수요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위스키 시장은 미국이지만 성장률은 중국, 인도가 월등히 높다. 인도의 경우 2016년 스카치 위스키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 늘었다. 가격대가 높은 싱글몰트 위스키는 관세가 150%로 고율임에도 판매량이 31%나 증가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 위스키의 인기는 점차 오르고 있다. 위스키를 응용한 칵테일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은 14.2% 늘어났다. 이 같은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양조장들은 추가 생산 설비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출처 : 2018.03.22 [박대의 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