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프리미엄] 중국 택배업계 꽉 잡은 '인구 40만 소도시' 퉁루의 비밀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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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13]
저장성 퉁루, '택배의 도시'로 공식 지정
中 택배회사 '빅5'중 4곳이 퉁루서 출발
40만 인구 중 13%가 택배업에 종사
택배업 활황으로 주민 소득 크게 늘어
'中서 가장 행복한 도시' 3년연속 선정

 

퉁루현 전경 /출처=신화망
▲ 퉁루현 전경 /출처=신화망


3년 연속 '중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도시가 있다. 중국 저장성 서북부에 위치한 인구 40만의 소도시 '퉁루(桐廬)'가 주인공이다. 중국 도시경쟁력연구소가 중국 전역의 현급 도시를 대상으로 시행한 행복도 조사에서 퉁루현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위 자리를 고수했다.

퉁루현이 중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에 등극한 배경에는 '택배'가 있다. 퉁루현 주민의 행복도가 중국 1위에 오르기 직전인 2014년은 중국이 택배 업무량 140억건을 기록하면서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택배 왕국'으로 부상한 해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13%에 달할 정도로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퉁루현의 평균 수입이 이 시기를 기해 크게 증가한 것이 행복도 상승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빨간 선으로 표시된 곳이 퉁루현. 항저우로부터 88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 빨간 선으로 표시된 곳이 퉁루현. 항저우로부터 88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퉁루현은 중국에서 '택배의 고장'으로 이름이 나 있다. 중국의 5대 택배회사 가운데 순펑(順豊)을 제외한 4곳인 선퉁(STO·申通), 위안퉁(YTO·圓通), 중퉁(ZTO·中通), 윈다(韻達)의 창업주가 모두 이곳 퉁루현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 4개 업체를 한데 일러 '퉁루방(桐廬幇·퉁루집단), 혹은 업체들의 이름 한 글자씩을 따 '3퉁1다(三通一達)'라 칭한다.

이들을 빼놓고는 중국 택배업을 논할 수 없다. 인민일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4년 중국 택배 업무량 140억건 중 100억건이 3퉁1다를 거쳤을 뿐 아니라 이들이 2016년 한 해 처리한 택배 물량은 154억건으로 같은 시기 미국 전역에서 처리된 택배 건수의 118%에 달했다. 3퉁1다 이외에도 퉁루현 출신이 창업했거나 경영 중인 크고 작은 택배 회사는 2500여 개에 이른다. 이에 중국 택배협회는 2010년 퉁루현을 '중국 택배의 고장'으로 공식 인정했다.

퉁루현이 중국 택배회사의 요람이 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는 상하이·항저우 등 대도시와의 인접성과 척박한 농토로 인해 농사가 힘들다는 점에 더해 '동향 사람 끌어주기'가 꼽힌다.

퉁루현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기로 유명하지만 산세가 험해 농사를 짓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퉁루현의 많은 젊은이들이 항저우 등지에서 저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택배업에 뛰어들었고,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동향 사람들을 기용해 노하우를 전수한 것이 퉁루현 출신 택배 거물들의 탄생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3퉁1다(三通一達)의 로고. 중국의 5대 택배회사 중 4곳인 선퉁, 위안퉁, 중퉁, 윈다를 일컬어 3퉁1다라 부른다. 중국 택배업계에서 절반 가량의 지분을 차지하는 이 4개 업체의 창업주는 모두 퉁루 출신이다.
▲ 3퉁1다(三通一達)의 로고. 중국의 5대 택배회사 중 4곳인 선퉁, 위안퉁, 중퉁, 윈다를 일컬어 3퉁1다라 부른다. 중국 택배업계에서 절반 가량의 지분을 차지하는 이 4개 업체의 창업주는 모두 퉁루 출신이다.


퉁루방의 시초 격인 선퉁의 창업자 녜텅페이도 그중 하나였다. 고향을 떠나 항저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항저우의 무역회사들이 자동차로 반나절 거리인 상하이로 서류를 보내는 데 최소 3일이 걸린다는 데서 돈 냄새를 맡았다. 그는 1993년 부인 천샤오잉과 선퉁을 창립해 서류 택배 사업을 시작했다. 밤 9시에 항저우의 무역회사로부터 서류를 받아 이튿날 새벽 3시까지 상하이로 직접 전달해 건당 70위안(약 1만2000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사업이 번창하자 동향의 친지, 친구들이 사업에 동참했다. 퉁루방에 속한 위안퉁, 중퉁, 윈다의 창업주 모두 선퉁에서 일을 시작했다. 녜텅페이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부인 천샤오잉과 처제 천더쥔이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친동생 녜텅윈이 1999년 선퉁으로부터 독립해 윈다를 설립했다. 뒤이어 천샤오잉의 동급생 장샤오쥔도 독립해 남편 위후이자오와 2000년 위안퉁을 만든 데 이어 천더쥔의 동급생 라이메이송이 2002년 중통을 설립함으로써 중국 택배업계의 큰 손인 퉁루방, 즉 3퉁1다가 완성됐다.

인터넷 상거래의 급성장과 중국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몸집을 불린 퉁루방은 2016년 잇달아 상장을 마쳤다. 이들 4개 업체의 시가총액은 현재 총 1542억위안(약 26조879억원)에 달한다.

퉁루현 주민 왕씨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과거 택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떳떳지 못한 일을 한다는 생각에(우리나라 우체국에 해당하는 중국우정이 택배업을 독점하던 2009년까지 민영 택배업은 불법이었다) 춘제(春節·음력 설)때 고향에 돌아오기를 부끄러워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제는 당당히 허가를 받은 택배일로 부자가 돼서 고향에 돌아오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이들은 고향에 요양소나 공동식당과 같은 시설을 지어주기도 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퉁루방이 고향에 투자한 금액은 50억위안(약 8467억원)이 넘는다.

'택배의 도시' 퉁루현 주민에게 택배는 단순히 물건을 배달해주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들에게 택배는 척박한 퉁루현을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을 단단하게 해 준 보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퉁루현 주민의 자부심을 드러내듯 퉁루현 마을 어귀에는 '중국 민영택배의 고장'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입력 : 2018.04.03 [홍혜진 기자]